세컨드라이프랩 69

커피는 시간을 사는 음료일까: 20대의 커피, 지금의 커피

지금 이 글을 쓰는 제 옆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언제부터 이랬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문득 이 습관이 언제 시작됐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커피는 원래 잠을 쫓기 위한 것이었습니다기억을 더듬어보면 시작은 고등학생 때였습니다.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시험공부를 하느라 잠을 쫓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커피는 맛도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졸음을 이기기 위한 각성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미팅과 소개팅, 그리고 시간을 때우기 위한 커피1990년대 중반, 대학생이 되면서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잠을 쫓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팅이나 소개팅 같은 자리에서, 혹은 딱히 할 일이 없어 시간을 때우기 위해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 시절 카페는 지금과 ..

나만의 커피 기준 만들기: 취향은 지키고 부담은 줄이는 법

1편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카페인을 대하는 몸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오전엔 괜찮던 커피가 오후엔 잠을 방해한다는 걸 이해하고, 오전 위주로 마시고 오후엔 디카페인으로 바꾸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2편에서는 제가 좋아서 늘 권해온 커피 한 잔이 상대에게는 부담이었을 수 있다는 걸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제안 안에 선택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바꿔보려 했습니다. 두 편을 따로 정리하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늘 같이 일어나고 있던 일이었습니다. 몸의 기준과 관계의 기준이 함께 작동하는 순간얼마 전 오후에 미팅이 하나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별생각 없이 "카페에서 만날까요?"라고 제안했겠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습니..

"커피 드실래요?"라는 말이 배려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미팅이든 약속이든, 제 제안은 늘 카페였습니다저는 20대 초반부터 커피를 좋아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있습니다. 한창 많이 마실 때는 아침에 두 잔, 오후에 두 잔이 기본이었고, 외부 미팅이 있거나 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는 커피를 마시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를 떠올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를 만날 때도 늘 같은 말을 했습니다. "커피 드실래요?", "카페에서 만날까요?"업무 미팅이든 지인과의 약속이든, 저에게 카페는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운 제안이었습니다. 대인 관계에서도, 업무를 풀어가는 자리에서도 커피는 저에게 상당히 유용한 도구였습니다. 좋아서 권한 것이, 배려라고 착각한 것은 아니었을까그런데 얼마 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늘 좋은 의도로 그..

나이 듦에 필요한 것은 꾸밈보다 정돈감이다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는 사실 대단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거울 앞에서 느낀 어색함, 옷차림에 대한 고민, 선크림 하나가 왜 그렇게 귀찮았는지, 배가 나오는 게 살이 찌는 문제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은 순간, 그리고 나이 들며 달라진 몸 냄새까지. 40대 후반을 지나며 하나씩 떠오르는 대로 정리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다섯 편을 쓰고 다시 읽어보니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계속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왜 자기관리를 '꾸밈'으로만 생각했을까1편에서 이야기했지만, 30대까지 저는 외모 관리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자기관리를 꾸미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화장품을 여러 단계로 바르고, 유행하는 옷을 챙기고, 몸을 ..

냄새 관리는 향기보다 배려에 가깝다

엘리베이터나 좁은 대기실에서, 나이 지긋하신 분 옆에 섰을 때 묘하게 풍기는 특유의 냄새를 다들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딱히 안 좋은 감정이 드는 건 아닌데도, 그 순간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런 냄새가 나는지 궁금해져서 유튜브를 찾아본 적이 있는데,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하나는 나이 들며 호르몬과 노폐물 배출 방식이 달라져서 생기는 냄새라는 쪽이었고, 다른 하나는 씻는 게 귀찮아지면서 위생 관리가 느슨해진 결과라는 쪽이었습니다. 깊게 파고들지는 않았지만 둘 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냄새는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0대를 지나면서 저 역시 같은 변화를 겪고 있는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원인은 하나가 아니다나이 들면..

40대 남자 피부 관리, 선크림부터 시작해도 충분한 이유

남자에게 피부 관리라고 하면 왠지 복잡하고 낮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스킨과 로션 정도는 익숙하지만, 그다음부터는 부담스럽습니다. 에센스, 앰플, 크림, 레티놀, 비타민C 같은 단어가 나오면 시작하기도 전에 귀찮아집니다. 저도 예전에는 피부 관리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스킨과 로션만 바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그 이상은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일처럼 느꼈습니다. 그런데 40대 후반이 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피부 관리는 무언가를 많이 바르는 일이 아니라, 매일 얼굴에 쌓이는 자극을 줄이는 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생각보다 단순할 수 있습니다. 저는 40대 남자 피부 관리는 선크림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선크림 바르는 것이 정말 싫었다지금은 선크림을..

나이가 들수록 옷차림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이유

나이가 들수록 옷차림이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젊을 때는 옷을 조금 편하게 입어도 크게 어색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몸의 생기나 표정, 자세가 어느 정도 전체 인상을 받쳐주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옷차림은 단순히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상대와의 만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활이 어느 정도 정돈되어 있는지가 옷차림을 통해 먼저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옷차림을 그저 겉모습의 문제로만 생각했습니다.하지만 40대 후반이 되면서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가 신경 써주셨던 옷차림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는 제가 입는 옷에 꽤 신경을 쓰셨던 것 같습니다. 제가 유치원과 국민학교를 다니..

40대 후반, 외모 관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30대까지는 외모 관리에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옷차림 정도는 아주 조금 신경 썼던 것 같습니다. 사람을 만나야 하거나 중요한 자리에 가야 할 때는 그래도 너무 대충 입지는 않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부분은 거의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피부 관리, 몸매 관리, 냄새 관리 같은 것들은 저와는 크게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스킨과 로션 정도만 바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배가 조금 나와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몸에서 나는 냄새나 얼굴의 변화도 크게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40대 후반이 되면서 이런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40대 후반이 되자 거울을 보는 느낌이 달라졌다어느 순간부터 거울을 보는 느낌이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얼굴에는 주름이 조금씩 늘어났고, 머리에는 흰머..

투자에서 운 좋게 맞힌 경험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

이 글의 핵심투자에서 수익이 났다고 해서 반드시 판단 과정까지 좋았다는 뜻은 아닙니다.저 역시 2차전지 투자에서 우연히 괜찮은 수익을 본 뒤, 그 경험을 제 실력처럼 믿고 다음 전기차 관련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본 적이 있습니다.이번 글에서는 운 좋게 맞힌 성공 경험이 왜 과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수익이 난 투자도 왜 복기해야 하는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투자를 하다 보면 손실 경험만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돈을 잃으면 아프고, 불안하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투자 심리와 관련된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실패만큼이나 조심해야 할 경험이 하나 더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바로 운 좋게 맞힌 성공 경험입니다. 처음에는 이 말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

무가치함은 사실이 아니라, 상실의 시기에 생기는 해석이다

최근 한 드라마 제목을 보다가 마음이 멈추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드라마를 본 것도, 줄거리를 아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 제목 하나가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처음엔 그냥 제목이 세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됐습니다. 그 문장이 마음을 건드린 이유는, 지금 내가 정말로 그 싸움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겉으로는 블로그를 쓰고, 색인을 확인하고, 애드센스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안쪽에는 더 깊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나는 아직 쓸모 있는 사람인가.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하던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면서, 수입이 줄고 외출과 사람을 만나는 일도 자연스럽게 뜸해졌습니다. 운동도 쉬게 됐는데, 그나마 마음을 붙잡아주던 행동 중 하나가 멈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