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카페인을 대하는 몸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오전엔 괜찮던 커피가 오후엔 잠을 방해한다는 걸 이해하고, 오전 위주로 마시고 오후엔 디카페인으로 바꾸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2편에서는 제가 좋아서 늘 권해온 커피 한 잔이 상대에게는 부담이었을 수 있다는 걸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제안 안에 선택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바꿔보려 했습니다.
두 편을 따로 정리하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늘 같이 일어나고 있던 일이었습니다.
몸의 기준과 관계의 기준이 함께 작동하는 순간
얼마 전 오후에 미팅이 하나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별생각 없이 "카페에서 만날까요?"라고 제안했겠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습니다. 자리를 정하면서 "커피도 있고 다른 음료도 있으니 편하게 고르세요"라고 먼저 말씀드렸고, 정작 저는 오후라 디카페인을 주문했습니다.
한 자리 안에서 몸이 보내는 기준과 관계에서 지키려던 기준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오후엔 디카페인을 선택하는 일과, 상대에게 먼저 선택지를 남기는 일이 함께 이루어진 것입니다. 예전에는 이 둘을 따로 신경 써야 할 것 같았는데, 막상 실제 자리에서는 자연스럽게 같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완벽하게 지키는 날보다 지켜지지 않는 날이 더 많습니다
물론 매번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늦게까지 일하는 날이 이어지거나 회식이 있는 날, 혹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오후에도 그냥 카페인 커피를 마시게 됩니다. 급하게 잡힌 미팅에서는 상대에게 무엇을 마실지 물어볼 여유 없이 예전 방식대로 "커피 드실래요?"가 먼저 나올 때도 있습니다.
처음엔 이런 날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기준을 세워놓고도 못 지킨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매일 완벽하게 지키는 것 자체가 애초에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바쁘고 여유 없는 날까지 똑같이 지켜야 한다고 여기면, 오히려 그 기준 자체가 부담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규칙보다는 방향을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두 가지를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으로 여기기보다, 흔들리는 날에도 참고할 수 있는 방향 정도로 가볍게 두기로 했습니다. 오늘 못 지켰다고 해서 그 기준이 틀린 게 아니고, 내일 다시 그 방향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하니 훨씬 편해졌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도, 상대를 배려하는 제안도 결국 정답이 정해진 시험이 아닙니다. 그날의 컨디션과 자리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적용해도 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지키고 있는 기준 세 가지
지금까지의 내용을 짧게 정리하면 아래 세 가지입니다.
- 오전 위주로 마시고, 오후엔 되도록 디카페인으로 바꿉니다
- 약속이나 미팅에서는 자리를 정하기 전에 상대에게 먼저 물어봅니다
- 다 못 지킨 날이 있어도, 그다음 날 다시 이 정도 기준으로 돌아옵니다
마무리
돌이켜보면 이 시리즈는 커피 한 잔에서 시작된 아주 사소한 질문 하나였습니다. 오후에 마신 커피가 왜 그날 밤 잠을 방해하는지 궁금해 몸의 반응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당연하게 해왔던 "커피 드실래요?"라는 제안이 사실은 제 취향을 기준으로 만든 배려였을 수 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두 가지를 각각 정리하고 나서야, 몸의 신호에 맞춰 조절하는 일과 상대에게 선택지를 남기는 일이 실은 같은 자리에서 함께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매일 빠짐없이 지켜야 한다고 여기는 순간, 오히려 그 자체가 부담이 되어버린다는 것도 함께 배웠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곁에 오래 두는 방법은 완벽한 절제가 아니라, 건강이든 관계든 그때그때 나에게 맞게 조절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흔들려도 다시 이 정도로 돌아오면 된다는 것, 그것이 이번 시리즈에서 남은 가장 큰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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