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라이프 랩 인사이트 24

주식 매매 횟수가 늘면 왜 수익률이 낮아질까

계좌를 열어 최근 몇 달 거래 내역을 내려본 적이 있습니다. 스크롤이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습니다. 한 번 한 번은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실적이 안 좋아 보여서 팔았고, 좋은 소식이 나와서 샀고, 너무 오른 것 같아서 정리했습니다. 그때마다 나름의 판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주 사고판 것이 실제로 도움이 됐는지는 따로 확인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개별 거래가 맞았는지는 따져봐도, 거래 횟수 자체가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잘 보지 않게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연구가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수수료 때문이라는 설명은 절반만 맞습니다매매가 잦으면 손해라는 말은 보통 거래비용으로 설명됩니다. 사고팔 때마다 수수료와 세금이 빠져나가니 수익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국..

러닝, 숫자에서 조금 멀어지니 다시 보이는 것들

얼마 전, 열흘 가까이 이어졌던 무기력에서 벗어나려고 다시 러닝화를 신었던 이야기를 남긴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그 리듬을 다시 이었습니다. 하루 만에 모든 게 괜찮아진 건 아니지만, 일단 다시 뛰었다는 사실 하나가 마음을 조금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오늘도 그 리듬을 이어가려고 새벽에 일어났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쉬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1시간 좀 넘게 내리던 비가 그쳤습니다. 잠시 고민은 했지만 주저 없이 옷을 갈아입고 신발끈을 조여맸습니다. 거리는 출근하는 사람들과 차량으로 분주했습니다. 한강이 가까워질수록 그 분주함은 점점 잦아들었습니다. 한강에서 달리는 동안 들리는 건 제 숨소리, 운동화가 바닥에 닿는 소리, 새소리, 그리고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의 ..

회복은 불안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시 감당할 수 있는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며칠 전, 예전에 썼던 글 하나를 다시 열어봤습니다. 「무가치함은 사실이 아니라, 상실의 시기에 생기는 해석이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준 문장이었고, 그때는 이 글 하나로 꽤 오래 버텼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같은 문장을 다시 읽는데도 그때처럼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문장은 그대로인데, 그 문장을 읽는 제 쪽이 그때와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 글을 쓰게 된 배경은 오른쪽 어깨와 팔 부상이었습니다. 다치고 나서 벌써 6개월이 지났고, 몸은 이제 거의 다 회복됐지만, 예전에 하던 일은 이 몸으로 다시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수입이 줄고 사람 만나는 일도 뜸해지면서, 그 자리를 대신해보려고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3개월 전, 그 상실감 한복판에서 저 문장을 찾아냈고, 그 문장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

그동안 내가 마신 커피는 얼마나 나를 위한 것이었을까

최근 커피를 마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마신 수많은 커피 중에, 온전히 저 혼자를 위해 마신 커피는 얼마나 됐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돌아볼수록 생각보다 적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동안 마신 커피, 대부분은 회사 안에 있었습니다돌이켜보면 제가 마신 커피의 대부분은 어떤 자리에 속해 있었습니다. 출근길에 들르는 카페, 미팅 전에 나누는 한 잔, 거래처를 만날 때 자연스럽게 시키는 커피, 동료와 잠깐 숨 돌리며 마시는 커피. 이런 커피는 저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회사와 동료와 관계라는 맥락 안에 있었습니다. 정작 아무도 없이, 오직 저를 위해서만 마신 커피가 얼마나 됐는지 세어보니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20대부터 40대까지, 제 삶의 많은 시간이 조직과 떼어놓고 설명하기 어려운 구..

낯선 자리일수록 커피부터 찾는 이유

돌이켜보면 낯선 자리에서 만날 장소를 정하는 일은 늘 비슷하게 흘러갔습니다. 선배를 만날 때는 선배가 먼저 카페를 이야기했고,후배를 만날 때는 제가 먼저 카페를 이야기했습니다. 누가 정하든 결론은 같았습니다. 낯선 자리에서는 늘 커피였습니다처음 만나는 사람, 업무 미팅, 상담, 거래처와의 자리. 이런 자리에서 어디서 볼지 고민한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카페였고, 이건 저만의 습관이라기보다 대부분이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방식에 가까웠습니다.왜 하필 커피였을까가장 큰 이유는 부담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식사 자리를 정하려면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보다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는 그걸 알 방법이 없습니다. 음식 취향이 뚜렷한 상대라면 식당을 잘못..

7월 한달, 이 정도로 흔들려보니 예전에 정리했던 기준이 다시 보였다

7월은 조용한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번갈아 발동됐고, 7월 28일에는 하루 만에 10%가 넘게 빠졌습니다. 다음 날에는 코스피 역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걸렸습니다. 그렇게 무너지던 지수가 7월 마지막 날에는 하루 만에 17.91% 뛰어올랐습니다. 이걸로 끝인가 싶었지만 8월 3일 다시 5% 넘게 빠졌고, 이 글을 쓰는 8월 4일 오늘도 지수는 오르내리는 중입니다. 주식을 시작한 뒤로 이 정도 변동성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흔들려보니, 오히려 예전에 정리했던 기준이 다시 보였습니다. 7월부터 8월까지, 끝없이 흔들린 지수7월 초부터 사이드카는 반복해서 발동됐습니다. 7월 중순에는 사이드카나 서킷브레이커가 하나도 발동되지 않은 날을 찾기가 오히려 어..

친해질수록 커피를 덜 권하게 되는 이유

"커피 드시겠어요?" 이 말은 유독 특정한 자리에서만 제 입에서 나왔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 업무 미팅, 격식이 필요한 자리. 그런 자리에서는 늘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문득 이상한 걸 깨달았습니다. 정작 친한 친구나 편한 동료, 오래된 지인을 만날 때는 이렇게 물은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대신 "뭐 마실래?"라고 물었습니다. 카페에 가는 건 똑같은데, 묻는 방식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처음 만나거나 격식이 필요한 자리에서는 늘 "커피 드시겠어요?"였습니다돌이켜보면 이 표현을 쓴 자리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상대와의 거리가 아직 가깝지 않거나, 자리 자체에 어느 정도 격식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자리에서는 마실 것 하나를 정하는 데도 상대가 고민하게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구..

커피는 시간을 사는 음료일까: 20대의 커피, 지금의 커피

지금 이 글을 쓰는 제 옆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언제부터 이랬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문득 이 습관이 언제 시작됐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커피는 원래 잠을 쫓기 위한 것이었습니다기억을 더듬어보면 시작은 고등학생 때였습니다.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시험공부를 하느라 잠을 쫓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커피는 맛도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졸음을 이기기 위한 각성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미팅과 소개팅, 그리고 시간을 때우기 위한 커피1990년대 중반, 대학생이 되면서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잠을 쫓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팅이나 소개팅 같은 자리에서, 혹은 딱히 할 일이 없어 시간을 때우기 위해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 시절 카페는 지금과 ..

"커피 드실래요?"라는 말이 배려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미팅이든 약속이든, 제 제안은 늘 카페였습니다저는 20대 초반부터 커피를 좋아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있습니다. 한창 많이 마실 때는 아침에 두 잔, 오후에 두 잔이 기본이었고, 외부 미팅이 있거나 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는 커피를 마시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를 떠올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를 만날 때도 늘 같은 말을 했습니다. "커피 드실래요?", "카페에서 만날까요?"업무 미팅이든 지인과의 약속이든, 저에게 카페는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운 제안이었습니다. 대인 관계에서도, 업무를 풀어가는 자리에서도 커피는 저에게 상당히 유용한 도구였습니다. 좋아서 권한 것이, 배려라고 착각한 것은 아니었을까그런데 얼마 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늘 좋은 의도로 그..

나이 듦에 필요한 것은 꾸밈보다 정돈감이다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는 사실 대단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거울 앞에서 느낀 어색함, 옷차림에 대한 고민, 선크림 하나가 왜 그렇게 귀찮았는지, 배가 나오는 게 살이 찌는 문제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은 순간, 그리고 나이 들며 달라진 몸 냄새까지. 40대 후반을 지나며 하나씩 떠오르는 대로 정리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다섯 편을 쓰고 다시 읽어보니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계속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왜 자기관리를 '꾸밈'으로만 생각했을까1편에서 이야기했지만, 30대까지 저는 외모 관리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자기관리를 꾸미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화장품을 여러 단계로 바르고, 유행하는 옷을 챙기고, 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