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를 열어 최근 몇 달 거래 내역을 내려본 적이 있습니다. 스크롤이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습니다.
한 번 한 번은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실적이 안 좋아 보여서 팔았고, 좋은 소식이 나와서 샀고, 너무 오른 것 같아서 정리했습니다. 그때마다 나름의 판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주 사고판 것이 실제로 도움이 됐는지는 따로 확인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개별 거래가 맞았는지는 따져봐도, 거래 횟수 자체가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잘 보지 않게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연구가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수수료 때문이라는 설명은 절반만 맞습니다
매매가 잦으면 손해라는 말은 보통 거래비용으로 설명됩니다. 사고팔 때마다 수수료와 세금이 빠져나가니 수익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국내 개인투자자를 분석한 한 연구에서는 거래비용을 빼기 전 수익률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수수료와 세금을 반영하자 순수익률이 연 8.3%로 떨어져 시장수익률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다만 수수료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남습니다. 거래비용을 빼기 전, 그러니까 종목 선택 자체만 놓고 봐도 이미 차이가 났기 때문입니다.
바꾼 종목이 더 안 좋았습니다
테런스 오딘이 1999년에 발표한 연구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개인투자자가 판 주식이, 그 돈으로 새로 산 주식보다 이후에 더 올랐습니다.
국내 데이터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개인투자자 약 20만 명의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일별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거래빈도가 높은 투자자일수록 매수한 주식의 수익률이 매도한 주식의 수익률보다 낮은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정리하면 손해는 수수료에서만 난 것이 아닙니다. 종목을 바꾼 행위 자체에서 났습니다. 팔지 않고 그대로 뒀다면 더 나았을 거래를 반복한 셈입니다.
숫자로 보면 차이가 큽니다
브래드 바버와 테런스 오딘이 2000년에 발표한 연구는 이 차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한 대형 증권사의 66,465가구 계좌를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분석했더니, 가장 많이 거래한 집단의 연평균 수익률은 11.4%였습니다. 같은 기간 시장 수익률은 17.9%였습니다. 6.5%포인트 차이입니다.
국내 상황은 더 극단적입니다. 2020년 코로나 국면에서 국내 개인투자자의 거래회전율은 연 1,600%에 달했습니다. 보유 주식을 1년에 열여섯 번 갈아치운 셈입니다. 그 기간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은 주가지수 수익률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왜 그렇게 되는 걸까
여러 연구가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원인은 과잉확신입니다. 내가 이 종목을 잘 안다고 느낄수록 더 자주 거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데이터가 하나 더 있습니다. 국내 분석에서 직전 시점의 시장수익률이 높을수록 개인투자자의 거래량이 늘었고, 거래빈도가 높은 투자자일수록 이 관계가 더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시장이 오르면 판단이 자주 맞습니다. 그러면 감이 좋아졌다고 느끼고, 거래를 늘립니다. 하지만 실제로 달라진 것은 내 판단력이 아니라 시장 상황입니다. 거래가 늘었던 시기를 돌아보면, 내 실력이 늘어서가 아니라 시장이 좋아서였던 경우가 많습니다.
기억도 한쪽으로 기웁니다. 팔고 나서 오른 종목은 또렷하게 남지만, 팔아서 다행이었던 종목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때 안 팔았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는 쌓이는데, 정작 거래를 줄여야겠다는 결론으로는 잘 이어지지 않습니다.
내 계좌에서 확인하는 세 가지
모두 증권사 앱에서 바로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첫째, 거래내역에서 수수료와 세금 내역을 봅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거래별로 얼마가 빠져나갔는지 보여줍니다. 몇 달치를 훑어보면 총액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옵니다.
둘째, 실현손익 화면을 엽니다. 팔아서 확정된 손익이 한 줄로 나옵니다. 거래 횟수에 비해 이 숫자가 작다면, 많이 움직인 것에 비해 남은 것이 적다는 뜻입니다.
셋째, 지금 보유 중인 종목 가운데 석 달 넘게 들고 있는 것이 몇 개인지 세어봅니다. 하나도 없다면 매매가 투자보다 앞서 있는 상태입니다.
남기는 기준
목표는 매매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왜 샀고 왜 팔았는지 말할 수 있는 거래만 남기는 것입니다. 횟수 자체가 문제라면 한 달에 몇 번이라는 규칙을 정하면 되겠지만, 그렇게 정한 숫자는 대개 오래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매도 버튼을 누르기 전, 스스로에게 한 가지만 물어보면 됩니다. 이 매도는 원래 계획에 있던 것인가, 아니면 화면을 보다가 결정한 것인가.
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면, 그 거래는 잠시 미뤄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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