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설계 76

퇴직연금을 직접 굴려보니 달라진 것들

지난 글에서 "계기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 시리즈를 시작하며 마지막까지 아껴뒀던 이야기를, 이제 풀어보려 합니다. 이직 자체도 큰 결심이었는데, 그 와중에 퇴직금을 받을 계좌까지 새로 알아봐야 했습니다. 그렇게 IRP 계좌를 처음 만들었습니다. 계좌를 만들 때는 그저 서류상의 절차로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 계좌로 퇴직금이 들어오고 나서야 그 돈의 존재를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숫자로만 어렴풋이 짐작하던 돈이 실제로 눈앞에 찍히니, 그제야 이게 내 돈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얼마인지도 모른 채 어디엔가 잘 쌓여 있으려니 했던 돈이었습니다. 한동안은 그냥 뒀다계좌가 생겼다고 곧바로 뭔가를 한 건 아니었습니다. 특별히 뭘 하지 않은 채로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들어간 채로, 잔액..

퇴직연금, 그냥 둘까 vs. 맡길까 vs. 직접 할까

지난 글에서 DC형이라면 운용 방법을 세 갈래로 고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예금처럼 그대로 두는 방식, 운용사가 만든 펀드에 맡기는 방식, ETF를 직접 사고파는 방식입니다. 이름만 나열하고 넘어갔는데, 그것만으로는 여전히 뭐가 다른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제 실제로 뭐가 다른지, 그리고 나에게는 어떤 방식이 맞을지 들여다볼 차례입니다. 이 선택은 DC형·IRP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입니다.먼저 짚어야 할 게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DC형이나 IRP를 가진 사람에게만 해당됩니다. DB형은 회사가 적립금 운용을 책임지는 구조라, 애초에 이 중 무엇을 고를지 근로자가 관여할 지점이 없습니다. 회사가 두 제도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면 개인 신청으로 DC형 전환도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선택 자체가 ..

DB형과 DC형, 뭐가 다르길래 결과가 달라질까

지난 글에서 내 퇴직연금이 DB형인지 DC형인지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그 글자가 정확히 뭘 뜻하는지는 여전히 모르는 채였습니다. 그냥 회사가 정해둔 분류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알고 보니 이 두 글자는 이름 안에 답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나중에 받을 금액까지 바꿉니다. 무엇이 확정되는지가 다릅니다DB는 확정급여형, DC는 확정기여형입니다. 이름이 어렵게 들리지만, 여기서 갈리는 건 딱 하나입니다. 무엇이 미리 정해져 있느냐입니다. DB형은 나중에 받을 금액이 정해집니다. 퇴직할 때 얼마를 받게 될지 계산식이 미리 정해져 있고, 회사가 그 금액을 책임집니다. 회사가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굴리든, 심지어 운용 결과가 나빠도, 내가 받을 금액은 계산식대로 나옵니다. 부족한 부분은 회사가 채워 ..

내 퇴직연금, 오늘 3분이면 확인됩니다

지난 글 끝에서 확인에 나서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내 퇴직연금을 확인하려고 하니 뭐부터 눌러야 할지부터 막막했습니다. 회사 앱을 열어야 하는지, 어디 사이트에 가입해야 하는지 검색만 몇 번 하다가 창을 닫은 적도 있습니다. 이름도 낯선 사이트들이 계속 나오니 더 미루고 싶어졌습니다. 알고 보니 첫 단계는 질문 하나면 충분했고, 시간으로 치면 3분이 채 안 걸리는 일이었습니다. 나는 DB형일까, DC형일까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건 딱 하나, 내가 DB형인지 DC형인지입니다. 이걸 먼저 알아야 다음에 뭘 봐야 하는지가 완전히 갈립니다. 두 유형은 확인하는 방법도, 그다음에 할 수 있는 일도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순서를 건너뛰고 아무 사이트나 먼저 들어가면, 정작 봐야 할 화면을 못 찾고 헤매기 쉽..

퇴직연금, 회사가 알아서 해주는 줄 알았다

1년 중에 월급명세서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날은 딱 이틀입니다. 연말정산 공제 금액이 나오는 날과, 인센티브가 찍히는 날입니다. 그 두 날은 평소와 눈에 띄게 다른 숫자 때문에 저절로 눈길이 갑니다. 그 외에는 통장에 돈이 들어왔는지만 확인하고 넘어갑니다. 명세서를 열어봐도 세금, 4대 보험, 각종 공제 항목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을 뿐, 눈에 제대로 들어오는 항목은 실수령액 하나뿐입니다. 퇴직연금도 그 나열된 항목 중 하나였습니다. 매달 어딘가로 쌓이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 돈이 지금 어떤 상태로 있는지는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입사할 때 분명 관련 서류에 서명했을 텐데, 무엇을 선택했는지조차 기억이 흐릿합니다.회사가 알아서 한다는 말, 절반만 맞다"회사가 알아서 해주는 돈"이라는 생각을 오..

코스피 하루 만에 17% 폭등한 이유

7월 한 달 동안 국내 증시는 크게 흔들렸습니다. 레버리지 ETF의 부작용, 중국 반도체 경쟁 같은 설명이 이어졌지만, 저는 분석 기사를 볼 때마다 그 정도 사안이 이만한 낙폭을 만들 수 있는지 잘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7월 마지막 날, 설명의 방향이 한 곳으로 좁혀졌습니다. 7월 마지막 날, 코스피에 무슨 일이 있었나7월 31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1001.89포인트, 17.91% 올라 6595.45로 마감했습니다. 상승률과 상승폭 모두 역대 최고 기록입니다. 삼성전자는 26.81%, SK하이닉스는 29.95% 올랐습니다. 수급은 더 극단적이었습니다. 외국인은 7조 원대를 순매수해 역대 최대 매수 기록을 세웠고, 같은 날 개인은 8조 원대를 순매도해 사상 최대 매도 기록을 남겼습니다. 같은 장면..

제약·바이오주는 왜 초보자가 다루기 어려울까?

제약·바이오주는 '테마성이 강하다'는 말로만 설명되곤 합니다.이 글에서는 그 변동성이 실제로 어디서 비롯되는지, 관심이 생겼을 때 초보 투자자가 먼저 무엇을 봐야 하는지 정리합니다.제약·바이오주 앞에만 서면 다들 말리는 이유제약·바이오주는 위험하다는 말, 주식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제 오르고 언제 내리는지 도저히 예측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이 섹터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종목을 고르는 단계에서부터 후보에서 제외해버린 셈입니다. 계좌를 열고 몇 년이 지나도록 제약·바이오 종목을 매수 버튼까지 눌러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시장을 지켜보다 보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몸으로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어떤 종목은 ..

LG전자는 왜 갑자기 피지컬 AI 테마로 주목받고 있을까

한동안 제 시선에서 벗어나 있었던 회사가 있었습니다. 그 회사가 최근 3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그중 2거래일은 30%에 가까운 폭등을 보였습니다.그 회사가 바로 LG전자입니다. 사실 LG전자는 제 머릿속에서 한동안 조용한 회사에 가까웠습니다.가전, TV, 생활가전, 전장 사업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시장의 중심에서 강하게 움직이는 종목이라는 인상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주가가 크게 움직였습니다.게다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LG 구광모 회장을 만난다는 내용까지 뉴스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궁금해졌습니다. LG전자가 갑자기 왜 이렇게 관심을 받고 있는 걸까?시장은 왜 LG전자를 다시 보기 시작한 걸까?단순히 가전주가 오른 것일까, 아니면 다른 프레임이 생긴 것일까? 그래서 이번 글에서 ..

시장 뉴스 읽기 가이드: 초보 투자자는 무엇부터 보면 좋을까

주식 투자를 하다 보면 뉴스가 정말 많이 보입니다. 금리가 올랐다는 뉴스,환율이 움직였다는 뉴스,코스피가 최고치를 찍었다는 뉴스,코스닥이 조용하다는 뉴스,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국민성장펀드 같은 정책 뉴스까지 매일매일 쉼 없이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이런 뉴스를 많이 보면 투자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계속 보다 보면 오히려 더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좋은 뉴스인 것 같은데 내 계좌는 그대로이고, 시장 전체가 오른다는데 내가 가진 종목은 움직이지 않고, 환율이나 금리 뉴스가 나오면 당장 무언가 해야 할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시장 뉴스를 볼 때 중요한 것은 뉴스를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더 중요한 것은 뉴스를 어떤 순서로 해석할지 기준을 갖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ETF 초보 가이드: 처음에는 어떤 글부터 읽으면 좋을까

요즘 주식시장을 보다 보면 ETF라는 단어를 정말 자주 보게 됩니다. 실제로 ETF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국내 ETF 순자산 규모도 수백조 원 수준까지 커졌습니다.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연금 계좌와 기관 자금까지 ETF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이제 ETF는 주식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투자 수단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ETF에 관심이 생겨 막상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KODEX, TIGER, ACE 같은 이름도 낯설고, S&P500·코스피200·반도체·AI·배당 ETF까지 종류도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ETF를 단순히 여러 종목을 담아놓은 상품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나씩 살펴보니 ETF도 구조와 목적이 모두 달랐고, 아무거나 고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