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내 퇴직연금이 DB형인지 DC형인지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그 글자가 정확히 뭘 뜻하는지는 여전히 모르는 채였습니다. 그냥 회사가 정해둔 분류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알고 보니 이 두 글자는 이름 안에 답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나중에 받을 금액까지 바꿉니다.
무엇이 확정되는지가 다릅니다
DB는 확정급여형, DC는 확정기여형입니다. 이름이 어렵게 들리지만, 여기서 갈리는 건 딱 하나입니다. 무엇이 미리 정해져 있느냐입니다.
DB형은 나중에 받을 금액이 정해집니다. 퇴직할 때 얼마를 받게 될지 계산식이 미리 정해져 있고, 회사가 그 금액을 책임집니다. 회사가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굴리든, 심지어 운용 결과가 나빠도, 내가 받을 금액은 계산식대로 나옵니다. 부족한 부분은 회사가 채워 넣어야 합니다.
DC형은 지금 넣는 금액이 정해집니다. 회사가 매년 정해진 금액을 내 계좌에 넣어주는 것까지가 회사의 책임입니다. 그 돈이 나중에 얼마가 되어 있을지는 정해져 있지 않고, 그때부터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손실이 나도 회사가 채워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과가 달라집니다
확정되는 지점이 다르니, 최종 금액이 정해지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 구분 | DB형 | DC형 |
| 확정되는 것 | 나중에 받을 금액 | 지금 넣는 금액 |
| 운용 책임 | 회사 | 나 |
| 최종 금액 | 퇴직 직전 평균임금 × 근속연수 | 쌓인 돈 + 운용 결과 |
DB형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계산합니다. 그래서 오래 다니고 임금이 오를수록 받을 금액도 함께 올라갑니다. 퇴직 무렵의 월급을 기준으로 전체 근속기간을 계산하기 때문에, 승진해서 월급이 오르면 예전에 일한 기간까지 그 기준으로 함께 올라가는 셈입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렇게 됩니다.
DC형은 다릅니다. 회사가 매년 넣어준 돈이 계좌에 차곡차곡 쌓이고, 그 돈을 어떻게 굴렸는지에 따라 최종 금액이 정해집니다. 나중에 월급이 올라도 이미 들어온 돈이 다시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대신 잘 굴리면 늘어나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입니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기간 일한 두 사람도 최종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느 쪽이 낫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
임금이 꾸준히 오르는 회사에 오래 다닐 사람이라면 DB형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퇴직급여가 함께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흔들려도 내가 받을 금액은 변하지 않으니, 신경 쓸 일이 없다는 것도 분명한 장점입니다.
반대로 임금 상승이 크지 않거나, 직접 운용해볼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DC형에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결과도 가능합니다.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 그래서 결과가 내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이 DC형의 성격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알고 넘어가면 될까
결국 이 두 글자는 회사가 어디까지 책임지는지를 나눈 표시였습니다. DB는 끝까지, DC는 넣어주는 데까지입니다. 어느 쪽이 좋고 나쁘다기보다, DB형은 회사가 정해준 결과를 받고 DC형은 내가 만든 결과를 받는다는 차이입니다.
그리고 DC형이라면 그 결과를 만드는 방법을 내가 고를 수 있습니다. 예금처럼 그대로 두는 방식, 운용사가 만든 펀드에 맡기는 방식, ETF를 직접 사고파는 방식이 있습니다. 각각 무엇이 다르고 어떤 게 나에게 맞는지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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