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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회사가 알아서 해주는 줄 알았다

1년 중에 월급명세서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날은 딱 이틀입니다. 연말정산 공제 금액이 나오는 날과, 인센티브가 찍히는 날입니다. 그 두 날은 평소와 눈에 띄게 다른 숫자 때문에 저절로 눈길이 갑니다. 그 외에는 통장에 돈이 들어왔는지만 확인하고 넘어갑니다. 명세서를 열어봐도 세금, 4대 보험, 각종 공제 항목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을 뿐, 눈에 제대로 들어오는 항목은 실수령액 하나뿐입니다. 퇴직연금도 그 나열된 항목 중 하나였습니다. 매달 어딘가로 쌓이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 돈이 지금 어떤 상태로 있는지는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입사할 때 분명 관련 서류에 서명했을 텐데, 무엇을 선택했는지조차 기억이 흐릿합니다.회사가 알아서 한다는 말, 절반만 맞다"회사가 알아서 해주는 돈"이라는 생각을 오..

낯선 자리일수록 커피부터 찾는 이유

돌이켜보면 낯선 자리에서 만날 장소를 정하는 일은 늘 비슷하게 흘러갔습니다. 선배를 만날 때는 선배가 먼저 카페를 이야기했고,후배를 만날 때는 제가 먼저 카페를 이야기했습니다. 누가 정하든 결론은 같았습니다. 낯선 자리에서는 늘 커피였습니다처음 만나는 사람, 업무 미팅, 상담, 거래처와의 자리. 이런 자리에서 어디서 볼지 고민한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카페였고, 이건 저만의 습관이라기보다 대부분이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방식에 가까웠습니다.왜 하필 커피였을까가장 큰 이유는 부담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식사 자리를 정하려면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보다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는 그걸 알 방법이 없습니다. 음식 취향이 뚜렷한 상대라면 식당을 잘못..

7월 한달, 이 정도로 흔들려보니 예전에 정리했던 기준이 다시 보였다

7월은 조용한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번갈아 발동됐고, 7월 28일에는 하루 만에 10%가 넘게 빠졌습니다. 다음 날에는 코스피 역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걸렸습니다. 그렇게 무너지던 지수가 7월 마지막 날에는 하루 만에 17.91% 뛰어올랐습니다. 이걸로 끝인가 싶었지만 8월 3일 다시 5% 넘게 빠졌고, 이 글을 쓰는 8월 4일 오늘도 지수는 오르내리는 중입니다. 주식을 시작한 뒤로 이 정도 변동성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흔들려보니, 오히려 예전에 정리했던 기준이 다시 보였습니다. 7월부터 8월까지, 끝없이 흔들린 지수7월 초부터 사이드카는 반복해서 발동됐습니다. 7월 중순에는 사이드카나 서킷브레이커가 하나도 발동되지 않은 날을 찾기가 오히려 어..

코스피 하루 만에 17% 폭등한 이유

7월 한 달 동안 국내 증시는 크게 흔들렸습니다. 레버리지 ETF의 부작용, 중국 반도체 경쟁 같은 설명이 이어졌지만, 저는 분석 기사를 볼 때마다 그 정도 사안이 이만한 낙폭을 만들 수 있는지 잘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7월 마지막 날, 설명의 방향이 한 곳으로 좁혀졌습니다. 7월 마지막 날, 코스피에 무슨 일이 있었나7월 31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1001.89포인트, 17.91% 올라 6595.45로 마감했습니다. 상승률과 상승폭 모두 역대 최고 기록입니다. 삼성전자는 26.81%, SK하이닉스는 29.95% 올랐습니다. 수급은 더 극단적이었습니다. 외국인은 7조 원대를 순매수해 역대 최대 매수 기록을 세웠고, 같은 날 개인은 8조 원대를 순매도해 사상 최대 매도 기록을 남겼습니다. 같은 장면..

친해질수록 커피를 덜 권하게 되는 이유

"커피 드시겠어요?" 이 말은 유독 특정한 자리에서만 제 입에서 나왔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 업무 미팅, 격식이 필요한 자리. 그런 자리에서는 늘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문득 이상한 걸 깨달았습니다. 정작 친한 친구나 편한 동료, 오래된 지인을 만날 때는 이렇게 물은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대신 "뭐 마실래?"라고 물었습니다. 카페에 가는 건 똑같은데, 묻는 방식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처음 만나거나 격식이 필요한 자리에서는 늘 "커피 드시겠어요?"였습니다돌이켜보면 이 표현을 쓴 자리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상대와의 거리가 아직 가깝지 않거나, 자리 자체에 어느 정도 격식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자리에서는 마실 것 하나를 정하는 데도 상대가 고민하게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구..

커피는 시간을 사는 음료일까: 20대의 커피, 지금의 커피

지금 이 글을 쓰는 제 옆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언제부터 이랬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문득 이 습관이 언제 시작됐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커피는 원래 잠을 쫓기 위한 것이었습니다기억을 더듬어보면 시작은 고등학생 때였습니다.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시험공부를 하느라 잠을 쫓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커피는 맛도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졸음을 이기기 위한 각성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미팅과 소개팅, 그리고 시간을 때우기 위한 커피1990년대 중반, 대학생이 되면서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잠을 쫓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팅이나 소개팅 같은 자리에서, 혹은 딱히 할 일이 없어 시간을 때우기 위해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 시절 카페는 지금과 ..

나만의 커피 기준 만들기: 취향은 지키고 부담은 줄이는 법

1편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카페인을 대하는 몸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오전엔 괜찮던 커피가 오후엔 잠을 방해한다는 걸 이해하고, 오전 위주로 마시고 오후엔 디카페인으로 바꾸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2편에서는 제가 좋아서 늘 권해온 커피 한 잔이 상대에게는 부담이었을 수 있다는 걸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제안 안에 선택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바꿔보려 했습니다. 두 편을 따로 정리하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늘 같이 일어나고 있던 일이었습니다. 몸의 기준과 관계의 기준이 함께 작동하는 순간얼마 전 오후에 미팅이 하나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별생각 없이 "카페에서 만날까요?"라고 제안했겠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습니..

"커피 드실래요?"라는 말이 배려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미팅이든 약속이든, 제 제안은 늘 카페였습니다저는 20대 초반부터 커피를 좋아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있습니다. 한창 많이 마실 때는 아침에 두 잔, 오후에 두 잔이 기본이었고, 외부 미팅이 있거나 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는 커피를 마시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를 떠올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를 만날 때도 늘 같은 말을 했습니다. "커피 드실래요?", "카페에서 만날까요?"업무 미팅이든 지인과의 약속이든, 저에게 카페는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운 제안이었습니다. 대인 관계에서도, 업무를 풀어가는 자리에서도 커피는 저에게 상당히 유용한 도구였습니다. 좋아서 권한 것이, 배려라고 착각한 것은 아니었을까그런데 얼마 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늘 좋은 의도로 그..

커피, 나이가 들수록 마시는 방법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

40대 초반까지만 해도 하루 네다섯 잔은 기본이었습니다. 출근하면 커피 한 잔, 오전 업무를 시작하며 또 한 잔, 점심을 먹고 나서 한 잔, 오후 근무 중에 한 잔. 누군가와 미팅이나 약속이 있으면 카페에서 커피가 또 한 잔 더해졌습니다. 그렇게 마셔도 밤에 잠드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다릅니다. 오후에 커피 한 잔만 마셔도 그날 밤 잠들기가 유난히 힘듭니다. 좋아하는 커피를 줄이거나 끊는 게 답일까 싶었지만, 그보다 먼저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왜 갑자기 몸이 예전과 다르게 반응하는 걸까요. 나이가 들수록 카페인이 몸에 오래 남는 이유카페인은 간에서 분해되어 몸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이 분해 속도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느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간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가 아..

나이 듦에 필요한 것은 꾸밈보다 정돈감이다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는 사실 대단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거울 앞에서 느낀 어색함, 옷차림에 대한 고민, 선크림 하나가 왜 그렇게 귀찮았는지, 배가 나오는 게 살이 찌는 문제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은 순간, 그리고 나이 들며 달라진 몸 냄새까지. 40대 후반을 지나며 하나씩 떠오르는 대로 정리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다섯 편을 쓰고 다시 읽어보니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계속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왜 자기관리를 '꾸밈'으로만 생각했을까1편에서 이야기했지만, 30대까지 저는 외모 관리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자기관리를 꾸미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화장품을 여러 단계로 바르고, 유행하는 옷을 챙기고, 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