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설계/투자 기준 노트 34

왜 "국채금리 5%"가 투자자에게 기준선이 되는가

최근 한 달 사이 금리 이야기를 여러 번 적었습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부터 미국 10년물과 30년물의 차이, 이번 FOMC가 한 번으로 끝날지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금리가 지금 주가를 누르는 가장 큰 힘이기 때문입니다. 유가가 오르고 물가가 따라 오르고, 그 압력이 금리로 넘어오는 흐름이 몇 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9월 14일 한 가지가 달라졌습니다. 연준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는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먼저 5%를 넘었습니다. 뉴스가 '금리'라고 부르는 두 숫자 기준금리는 연준이 회의에서 정합니다. 사람들이 모여 표결로 결정하는 숫자입니다. 반면 국채금리는 아무도 정하지 않습니다. 미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시장에서 사고파는 과정에서 매겨지는 값입니다. 채권을..

이번 FOMC 금리 인상? 한 번으로 끝날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9월 FOMC 금리 인상 확률이 86%를 넘었습니다. 인상 여부보다 중요한 건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지인데, 이번엔 점도표로 확인해야 합니다.한국시간 9월 17일 새벽 3시에 FOMC 결과가 나옵니다. 시장은 이미 금리 인상 확률을 86%대로 보고 있습니다. 8월 소비자물가는 시장 전망에 부합했지만, 변동성이 큰 항목을 뺀 근원 물가가 더 높게 나오면서 확률이 한 번 더 올랐습니다. 그래서 지금 정해둘 것은 올릴지 말지가 아닙니다. 결과를 보고 무엇을 판단할지입니다. 한 번 올리는 것과 계속 올리는 것, 뭐가 다를까요금리를 올린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것이 한 번으로 끝나는지가 시장에는 더 큰 문제입니다. 이번 한 번으로 마무리된다면 시장은 단기 조정을 거친 뒤 흐름을 이어갈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 앞으로..

지난달 수익률 가장 높았던 ETF를 뒤늦게 따라 살 때 놓치는 것

1개월 수익률만 보고 ETF를 따라 사면 순환매의 끝자락을 잡을 수 있습니다. 6개월·1년 흐름을 함께 확인하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지난달 수익률이 유독 좋았던 ETF를 보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8월만 해도 코스닥 관련 상품이 한 달 새 30% 넘게 올랐고, 화장품과 금 관련 상품도 나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런 숫자를 보면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하나 싶어집니다. 그런데 이 숫자가 무엇을 말해주는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1개월 수익률이 높다는 건, 그 한 달 동안 시장의 돈이 마침 그 업종으로 몰렸다는 뜻입니다. 8월 시장이 그랬습니다. 반도체에서 화장품으로, 다시 바이오와 금으로 주도 업종이 계속 바뀌었습니다. 이런 장세를 순환매라고 부릅니다. 한 업종이 오르면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고..

수익 종목은 빨리 팔고, 손실 종목은 오래 들고 있었다면

손실 난 종목만 계좌에 남는 이유는 손실회피 편향 때문입니다. 버티는 것과 손실회피를 구분하는 두 가지 질문을 정리했습니다.계좌를 열어보면 수익 난 종목은 이미 팔았고, 손실 난 종목만 몇 달째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르면 얼른 팔고, 내리면 계속 들고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행동을 손실회피 편향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의 고통을 더 크게 느끼는 심리입니다. 만 원을 벌었을 때보다 만 원을 잃었을 때가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좋은 종목은 조금만 벌어도 팔고, 안 좋은 종목만 계좌에 남습니다. 이런 매매가 반복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계좌에는 물린 종목만 쌓입니다. 손실 난 종목을 팔지 않는 것을 흔히 버틴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버티는 것과 손실회피는 겉으로 구..

투자 종목 후보를 넓히는 법, ETF 구성종목 겹쳐보기

투자하고 싶은 산업은 정했는데, 막상 그 안에서 아는 회사는 두세 개뿐일 때가 있습니다. AI 전력이라고 하면 뉴스에 자주 나온 대기업 이름 몇 개가 떠오르고, 그 뒤로는 막막해집니다. 검색을 해봐도 커뮤니티에 올라온 관련주 목록이 대부분이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저는 관심 가는 산업이 생기면 ETF 구성종목부터 열어봅니다. 2차전지나 AI 전력처럼 요즘 자주 언급되는 분야는 특히 그렇습니다. ETF는 사는 상품이지만, 종목을 찾는 목록으로 활용하기에도 좋습니다.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특정 종목이나 상품을 추천하지 않으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TF 구성종목은 이미 한 번 걸러진 명단입니다커뮤니티 관련주 목록과 ETF 구성종목은 출발선이 다릅니다. ETF에..

박스권 장세, 배당주와 성장주 중 지금은 어느 쪽인가

코스피가 6,000대 박스권에 머무는 지금, 배당주로 옮겨야 할까요. 과거 박스피 국면의 수익률 데이터와 함께 배당주를 고를 때 먼저 확인할 기준을 정리했습니다.코스피는 지난 6월 19일 9,385.59까지 오르며 최고치를 찍었지만, 7월 급락장을 지나 8월부터는 6,00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불확실한 반등을 기대하는 대신, 지금 당장 확인 가능한 수익을 찾는 심리가 이 국면에서 자연스럽게 커집니다. 성장주 위주로 들고 있다가 손실을 본 상태라면 더 그렇습니다.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화면을 매일 보다 보면, 배당주로 옮겨야 하나 하는 생각이 한 번쯤 스칩니다. 박스권에서 배당주가 유리하다는 말, 근거는 있습니다이런 생각이 근거 없는 반응은 아닙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이어..

회사는 왜 자기 주가를 신경 쓸까 — SK하이닉스가 40조를 쓴 이유

주가가 올라도 회사는 돈을 벌지 않는데 왜 자사주를 사서 없앨까요. 회사가 주가를 신경 쓰는 네 가지 이유와, SK하이닉스가 40조원을 쓴 배경을 정리했습니다.지난 글에서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한 결정을 정리하면서, 하나의 의문이 남았습니다.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서 없애면 주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주가가 오른다고 회사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왜 40조원이나 쓰는 걸까요. 주가가 올라도 회사가 버는 것은 없습니다주가가 오르면 회사 가치가 올라가니 회사에도 좋은 일이라고 정리하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조금 더 들어가면 궁금증이 남습니다. 주식은 회사가 상장할 때 한 번 팔고 나면, 그 뒤로는 투자자들끼리 사고파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

실적은 좋은데 주가가 빠졌다면, 사야 할까

실적은 좋은데 주가가 빠진 종목, 지금 사도 될까요. 싸 보이는 주식과 실제로 싼 주식을 나누는 세 가지 질문을 정리했습니다.앞선 두 글에서 실적과 주가가 따로 움직인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좋았지만 미국 장기금리가 오르면서 주가가 눌렸고, 그 금리도 만기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것까지 정리했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사도 되는 걸까요. 싸 보이는 주식이 다 싼 것은 아니다실적은 그대로인데 주가만 빠졌다면 싸졌다고 느끼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보이는 주식에는 아래의 두 종류가 섞여 있다는 점입니다. 하나는 회사에는 변화가 없는데 바깥 사정 때문에 밀린 경우입니다. 금리가 오르거나, 대규모 청산이 나오거나, 지정학..

퇴직연금을 직접 굴려보니 달라진 것들

지난 글에서 "계기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 시리즈를 시작하며 마지막까지 아껴뒀던 이야기를, 이제 풀어보려 합니다. 이직 자체도 큰 결심이었는데, 그 와중에 퇴직금을 받을 계좌까지 새로 알아봐야 했습니다. 그렇게 IRP 계좌를 처음 만들었습니다. 계좌를 만들 때는 그저 서류상의 절차로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 계좌로 퇴직금이 들어오고 나서야 그 돈의 존재를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숫자로만 어렴풋이 짐작하던 돈이 실제로 눈앞에 찍히니, 그제야 이게 내 돈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얼마인지도 모른 채 어디엔가 잘 쌓여 있으려니 했던 돈이었습니다. 한동안은 그냥 뒀다계좌가 생겼다고 곧바로 뭔가를 한 건 아니었습니다. 특별히 뭘 하지 않은 채로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들어간 채로, 잔액..

퇴직연금, 그냥 둘까 vs. 맡길까 vs. 직접 할까

지난 글에서 DC형이라면 운용 방법을 세 갈래로 고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예금처럼 그대로 두는 방식, 운용사가 만든 펀드에 맡기는 방식, ETF를 직접 사고파는 방식입니다. 이름만 나열하고 넘어갔는데, 그것만으로는 여전히 뭐가 다른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제 실제로 뭐가 다른지, 그리고 나에게는 어떤 방식이 맞을지 들여다볼 차례입니다. 이 선택은 DC형·IRP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입니다.먼저 짚어야 할 게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DC형이나 IRP를 가진 사람에게만 해당됩니다. DB형은 회사가 적립금 운용을 책임지는 구조라, 애초에 이 중 무엇을 고를지 근로자가 관여할 지점이 없습니다. 회사가 두 제도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면 개인 신청으로 DC형 전환도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선택 자체가 ..